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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감상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대구 구병원 외과 송 기환



저의 광적인 취미생활에 대해 편집위원께서 글을 한번 써보라 해서 얼떨결에 승낙하고 보니 막상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다 위의 제목을 정하게 되었는데 너무 거창하게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음악감상을 시작해보려고 하는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항상 하는 질문이 바로 어떤곡부터 들어야 싫증내지 않고 꾸준하게 들을 수 있게 되는가하는 것이어서 나름데로 의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음악(클래식음악)을 두고 흔히들 고상한 잰 척하는 음악, 잠오는 음악, 좀 한다는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라고들 이야기해왔고 지금도 그렇다고들 하는데 거꾸로 고전음악을 들으면 조금 고상해지고 잠도 잘 오고 뭐든지 좀 더 잘될 수도 있다하니 여러 가지로 유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써 표현하기는 정말 어렵지만 너무 좋은 음악들을 듣고 이 좋은 것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요즘, 엄청난 고독감을 느낄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들어주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고 지루하게 들리는 음악들을 무슨 연고로 그렇게 좋아하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해준 말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라고 그리고 그 즐거움을 한번 느껴보고 그래서 그것이 좋으면 그걸로 그만이고 그 후에 또 다른 곡들을 들어보고 해서 그 범위를 차츰 늘려가면 될 것 아니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면, 비교적 어린나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집에서 고전음악을 들을 기회가 자주 있어서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고 중학교 시절부터는 얼마않되는 용돈으로 지금은 없어진 시내 음반가게들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혼자 서울에 가서 사기도 하고 친척집에서 몰래 훔쳐서 듣고(이때 들었던 곡들 : 무소르그스키‘전람회의 그림’ 쇼스타코비치‘교향곡 5번’등은 30년전이 지난 지금도 그 감동이 그대로 살아 있다.), 녹향, 예전, 하이마트라는 이름의 고전음악감상실도 많이 들락거렸었습니다.
그 시절은 문화예술 모든 분야가 그랬듯이 아주 제한된 작곡가, 레퍼토리 (심지어는 금지곡도 있었습니다 - 당시 공산권국가 작곡가들의 곡)에 대개는 일본에서 많이 알려진 후 건너온 음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곡,같은 음반을 반복해서 많이 들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덕에 귀가 어느 정도 트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후 주머니 사정도 좀 나아지고 마침 음반수입도 다양하게 되고 해서 차츰차츰 영역을 넓혀서 지금은 클래식 전분야를 섭렵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아무리 고전음악에 관심이 없고 문외한이라도 W.A.Mozart라는 이름은 한번쯤은 들어보았고 알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의 음악이 들어서 부담없고 멜로디라인이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고전음악 감상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담없고 듣기 쉬운 음악. 예컨대 A.Vivaldi의 4계절을 들어보십시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3악장씩 모두 12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40여분짜리 곡인데 봄부터 겨울까지 단숨에 기분좋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눈오는 깊은 겨울밤에는 F.Schubert의 연가곡 겨울나그네를 들어 보십시오.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R.Schumann의 가곡 시인의 사랑을 들어보십시오 아름다움의,사랑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잠 못드는 밤이면 J.Massenet의 타이스 명상곡을 들으십시오. 행복한 꿈의 세계로 금방 빨려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료한 일상에서 자극을 받고 싶을 때에는 M.Ravel의 볼레로를 들어 보십시오. 서서히 커지면서 반복되는 리듬에 아주 에로틱한 자극을 받을 것입니다.
C.Debussy의 월광을 들어보십시오. 달의 황홀함을 그 절절함을 느낄것입니다. 가슴사무치도록 사랑하는 연인이 죽었을 때의 남자의 심정은 어떨까요? G.Puccini의 오페라 La Boheme의 마지막 피날레를 들어보십시오. 남자의 눈물이란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절로 눈물이 흐를 것입니다. 나른한 오후엔 J.Brahms의 헝가리 무곡을 들으십시오. 절로 몸이 들썩거리며 생기가 돌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기에는 G.F Handel의 수상음악이 제격입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라인 때문에 세상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고전음악들, 유명한 영화에 삽입되어 알려진 음악들을 먼저 듣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고전음악감상의 첫 걸음을 내딛고 어느 정도 들었다고 생각되면 풍부한 지식을 가진 주위의 지인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어볼 까 물어보거나 음악입문서를 한 권사 서 한곡 한곡 들어보면 서서히 귀가 트이게 됩니다. 그러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짧고 가벼운 그리고 감미로운 소품으로 시작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셔야 합니다. 음악은 강제로 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음악이고 심금은 강제로 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심금입니다. 주옥같은 소품들 거기에 머물러서는 않됩니다. 우리가 사랑할수록 음악은 멀리 뻗어갑니다.

두서없이 몇 자 적은 글 읽으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누구시더라도 고전음악에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고민하신다면 언제라도 연락주시면 기꺼이 힘닿는데로 답해드릴 수 있으며 각종 source도 제공할 수 있읍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재미있는 음악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저의 애청곡들을 적어봅니다.


S.Rachmaninoff 피아노 협주곡 3번
J.Brahms 클라리넷 5중주
L.V. Beethoven 교향곡7번
G.Puccini opera 라 보엠
F.Schubert 피아노3중주
J.S. Bach 바이올린을 위한 무반주 파르티타와 소나타
A.Dvorak 첼로협주곡
M.Bruch 바이올린 협주곡
J.S Bach 골드베르그 변주곡
R.Schumann 가곡집 시인의 사랑
W.A Mozart 클라리넷 협주곡
P.I Tchaikovsky 피아노 3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