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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그리스 여행기


시작하면서..

 

그리스라는 나라를 말하면 바로 두 개의 단어를 떠올린다. 하나는 경제위기, 다른 하나는 신화다.

그리스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한데 거기서 한 발 만 더 나가면 의외로 우리가 그리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파르테논 신전이나 꽃보다 할배에 등장하는 산토리니의 석양이 아름답다는 정도가 전부다.

유럽에서는 고등학교 정규과정에서 그리스 역사와 그리스 고대 비극, 심지어 제 2 외국어로 그리스어를 채택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독일이나 영국인들은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리스 여행을 시키는 것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긴다. 우리가 수학여행으로 불국사를 가는 것 만큼이나 그들에게 그리스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그 이유가 단지 그리스에 유적이 많다거나, 혹은 배울게 많아서가 아니다. 그리스 핵심 유적의 상당수는 루브르나 영국 박불관 혹은 독일에 산재한 곳곳의 박물관에 놓여 있고, 실제 그리스에 남아 있는 유적들은 대부분 무너진 신전과 돌무더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리스에서 찾는 것, 혹은 그리스 신화를 읽은 이유는 다른데 있다.

서양 근대 교육이 등장하면서 우리나라도 그렇다. 유럽처럼 그리스어를 배우거나 그리스 여행을 다니지는 않지만, 글을 깨치고 나서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며 먼저 만나는 이야기가 바로 그리스 신화다. 전세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한데 이렇게 아이들에게 당연히 신화를 읽히고, 심지어 필자 역시 거의 45년전에 그리스 신화집이 당당히 2번에 자리한 50권짜리 동화집을 가장 먼저 읽었지만, 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는지에 한 이유를 설명듣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서구에서는 왜 아이들에게 그리스를 가르치고 우리나라마져 이웃나라 중국의 여와 신화나 서양 고대문명의 시작인 바빌론 신화는 듣지 못해도 그리스 신화는 읽어야 했을까?.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트로이나 오딧세우스를 거론하는 것이 하나의 교양인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뭘까?,

교육을 할 때는 교육 목표라는 것이 있다.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엔 교실 전면 상단에 액자로 걸려 있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심지어 교사마져도 교육목표가 무엇인지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분명히 걸려 있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면 그 책을 읽히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예를들어 광화문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어깨를 툭 치며 단테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신곡이라고 조건반사처럼 말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교육과정에서 달달 외워야 했기 때문이다. 한데 그렇게 온 국미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달달 외야 할 만큼 중요한 단테의 신곡이라는 책을 우리가 왜 알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만약 말죽거리 잔혹사 시절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단테의 신곡을 외우다가, 선생님께 선생님 근데 이걸 왜 외워야하나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필경 쓸데없는 소리말고 외기나 해라는 답이 돌아왔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외워야 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도 그렇다. 그냥 읽어야 했다. 따지고 보면 교훈적인 내용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신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시기 질투 사랑에 대한 이야기 뿐인, 어쩌면 아이들이 읽기에 대단히 부적절한 이야기로 가득한 그 책을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가 이야기로 듣게 하고 있는 셈이다.

왜 아이들에게 그리스 신화를 읽혔는가?.라고 물으면 대개는 답을 하기가 애매할 것이다. 필자는 이 란에서, 왜 서양인들이 서구 근대정신의 뿌리가 그리스에 잇다고 생각하는지, 또 왜 그리스를 배우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했는지를 연재 할 계획이다.

자 이제부터 왜 그리스 신화인가?” 라는 주제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